작품명 : 해방촌을 아시나요

출품자 : 정서연 (시흥능곡고등학교 3학년5반)

작품 설명

처음에는 남들처럼 근사하고 높은 빌딩들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서울에 살지 않는 나에게 서울의 이미지는 세련되고, 땅보다는 하늘이 더 가까워 보이는 곳,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태원의 왼쪽 어딘가를 지날 때 버스 안에서 들리던 지명, 해방촌. 이름이 참 희망찼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본 해방촌의 거리는 내가 아는 서울의 풍경과는 달랐다. 산등성이에 손바닥만한 집들이 오글오글 들어찬 동네. 나는 홀린 듯 그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해방촌은 광복 후 귀환한 사람들이 용산 일대에 자리잡게 되면서 핍박과 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가자는 의미로 지어진 뜻깊은 이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1950년대 전쟁 후의 도시구조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를 알고 난 후 그전엔 눈길조차 안 줬던 서로 얽혀있는 전깃줄과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콘크리트 건물들은 밉기보다는 오히려 멋스러워 보였다. 남산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도시인지 알 수 없는 이곳, 해방촌. 이곳이야말로 잊혀진 사람들의 기억이자 숨겨진 역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