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파문

출품자 : 나유경 (서울디자인고등학교 2학년 4반 3D건축인테리어과)

작품 설명

고1 시절, 한겨울에 꿈을 찾아 떠났던 성수동의 골목길에서 목격한 오래된 금호 아파트의 빛바랜 벽면 위로 내려앉은 빛의 파문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아파트의 벽에 비춰진 여명의 빛은 자연이 스스로 조각을 새긴 듯한 물결을 만들어내면서, 그 시절의 불안했던 나에게 공허함과 동시에 충만함이 공존하는 울림을 전했습니다. 성수동의 거리는 밤낮으로 북적이는데, 이 건물은 침묵 속에서 깊은 동요를 갖고 있었습니다. 빛나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의 혼돈을 지녀야 한다던데, 꼭 이 금호아파트가 그랬습니다. 빛과 함께 영원 속을 지나가는 이 물결을 오래도록 우러러보며, 오랫동안 품고 있던 나의 건축에 대한 꿈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던 것은 찰나였습니다. 어쩌면,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건축을 사랑하듯, 건축도 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매일 간절히 빌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예술이 만들어내는 형태의 기쁨, 아름다움을 목격하는 존재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하학과 공명하는 자연의 빛이 만들어낸 우연의 파문, 그 공명이 나의 마음속 깊이 닿아 울림을 만들어낸 것은 또다른 파문이 되어주었습니다.